브랜드의 역사 – 2. 프로토-브랜드, ‘나의 것’ 표시하기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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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어원인 Brandr라는 단어가 15세기 노르웨이의 양치기들에게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두나 송곳 등으로 낙인을 찍어 가축 또는 노예가 자신의 소유임을 표시하는 행위는 이미 5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형식의 ‘낙인’ 또는 ‘흉터’를 뜻하는 또 다른 말인 ‘Stigma(ΣΤΙΓΜΑ)’는 고대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두고 있으며, 기독교 성경에도 ‘흔적’이라는 말로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쓴 사람은 이 표현을 ‘내 생명은 내가 믿는 신의 소유물’이라는 뜻에서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될 브랜드의 기능은 바로 ‘소유권을 표기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뿐만 아니라, 모든 문자적 상징에 가장 처음으로 주어진 목적성이기도 했습니다. 청동기 시대 동굴 벽화 또는 유물에 새겨진 상징 기호는 인류가 수렵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발전하고, 공동 수렵에서 농업과 상업으로, 사유 재산과 계급, 직업 등에 있어 사회가 분화됨에 따라 가축과 토지, 생산물, 채굴장, 도구 또는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가 어떤 개인 또는 집단의 소유인지를 표기하기 위해 새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오래된 문자로 알려진 쐐기 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에 새겨진 기록이 공문서도 전설과 같은 이야기도 아닌, 단지 노동자들에게 몇 개의 맥주가 지급되었는지를 기록한 일종의 영수증이라는 사실은, 재산과 사유화, 그리고 노동의 등장에 따라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기 위한’ 상징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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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수메르의 점토판 / (우) 가자의 대피라미드 내부에 적힌 <쿠푸의 친구들> 낙서

그러나 이 시기의 ‘소유’는 단순히 소비와 분배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터전 혹은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곧 생존을 위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넓게 보자면 이것은 일종의 업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업을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도구 또한 소중한 소유물이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직업적 역할이 나뉨에 따라 누군가는 타인의 생존을 위한 도구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야 했고, 그 도구를 만드는 데 인생을 쏟은 이들은 곧 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 낸 물건들은 점차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죠. 그 가치를 부각하고, 오롯이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장인들은 자신의 소유물뿐 아니라, 만들어낸 생산품에도 ‘자신의 것’이라는 의미의 표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시기 만들어진 기자의 대피라미드에는 ‘쿠푸의 친구들’이라는 낙서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당시 건축업자 집단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피라미드 건설을 위해 일한 고대 이집트의 장인들 중에는 자신만의 표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으며,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거나, 새로운 표식으로 창업을 한 사례가 존재한다 하니, 어떻게 보면 최초의 기업 로고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이러한 상징들이 오늘날의 기업 브랜드와 같이 상업적인 형태를 띠지는 못했지만, 건축 노동자들이 남긴 이러한 명칭 표식은 자신의 작업을 식별하고 그 작업에 자부심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으로 자인들이 자신의 도구와 생산품에 부여한 생산표(Production Mark)는 장인의 생산품을 나타내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습니다.

장인과 수공업자에 이어, 상인들 또한 자신이 유통하는 물건에 표식을 남김으로써, 이동 과정에서의 분실 또는 도둑질과 같은 손해를 방지함은 물론, 유통의 출처를 명확하게 하여 물건의 가치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이로서 브랜드와 연관된 상징은 ‘소유’를 넘어 ‘출처’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기원전 3천 년 전 수메르 문명에서는 상인들이 문자와 동물, 신상 따위가 새겨진 인장을 사용했는데, 상거래 과정에서 양각과 음각을 맞추어 봄으로서 소유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서명 수단이자 상표인 셈이죠. 이들은 무역 과정에서 봉인에 인장을 사용함으로써 상품의 출처와 진위를 관리했습니다. 이러한 인장은 토기의 형태에서 금속 동전 형태의 인장이나 낙관 등의 도장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엠블럼의 원형이 됩니다. 이러한 엠블렘은 상품 또는 상품 패키지에 찍혀 출처를 인증하는 형식으로 활용되었습니다.

960px-Cylinder_seal_king_Louvre_AO6620.jpg고대 수메르 지방 우루크에서 쓰였던 원통형의 상인 인장

출처

Ruben Pater, <Caps Lock : How Capitalism Took Hold of Graphic Design and How to Escape from It> (Valiz, 2023).

Bastos, Wilson & Levy, Sidney. (2012). A history of the concept of branding: Practice and theory. Journal of Historical Research in Marketing. 4. 347-368. 10.1108/17557501211252934.

Moore, Karl & Reid, Susan. (2008). The Birth of Brand: 4000 Years of Branding History. Bus History. 4. 10.1080/00076790802106299.

권민,<유니타스브랜드 (Unitas BRAND) Vol.13 브랜딩> (바젤커뮤니케이션, 2010), P.25

http://contents.nahf.or.kr/item/level.do?levelId=ag.d_0005_0010_0060

김재영, <Brand And Branding : The Science of Branding> (비앤엠북스, 2007).

https://99designs.com/blog/design-history-movements/history-of-branding

https://www.lcca.org.uk/blog/education/history-of-branding

https://patrickgeider.medium.com/what-is-a-brand-a-brief-history-35f2e82f5cc9

https://brandalfblog.com/the-history-of-br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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